인력난에 인건비 급상승···가맹점·본사 수익구조 악화일로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24시간 365일 언제 어디서나'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해 온 일본의 편의점 업계가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아르바이트 등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오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일손 부족이라는 높고 커다란 장벽에 부딪친 것이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도 "사람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라는 한 숨 섞인 하소연도 입버릇이 되어가고 있다.

게다가 저출산의 영향으로 일손 뿐만 아니라 고객 수마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과도한 출점 경쟁도 편의점 업계의 수익악밥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24시간·연중무휴'를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편의점 1개 점포당 평균 20명 정도의 아르바이트·파트타임 직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최대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의 경우, 2017년 3월 말 기준 총 1만9423개 점포에서 약 39만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아르바이트 직원의 활용은 편의점의 효율적 운영이나 점포 확장의 '무기'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간당 임금이 크게 올라 각 점포의 수익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세븐일레븐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비용을 낮춰주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본사가 얻게될 손실은 1600억 엔에 이를 전망이지만, 가맹점 점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사카 류이치 세븐앤아이홀딩스 사장은 "인건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경감시켜 기존 점주들의 경영의욕을 고취시키는 것과 동시에 신규 가맹점주의 유입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로 인해 세븐일레븐의 2018년 2월기(2017년2월~2018년1월) 영업이익은 3.6% 증가했던 전기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0.2%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로얄티 인하 조치 이외에도 점포 레이아웃 변경이나 그릇 세척기를 도입하는 등 총 1800억엔의 대형투자를 단행할 계획인 세븐일레븐의 수익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가맹점 지원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것은 세븐일레븐만이 아니다. 로손도 인력난에 대처하기 위해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점포 관리용 태블릿 PC나 자동동전계수기 등 자동화 기기 공급을 늘리고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로 인한 로손의 2018년 2월기 영업이익도 전기대비 7.1%나 하락할 전망이다.

일손부족 현상이 편의점 업체의 실적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셈이다.   

일손부족의 영향은 편의점 뿐만 아니다. 자동화하기 어려운 외식업계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때문에 로열호스트 등 패밀리레스토랑은 24시간 영업방침을 철회하는가 하면,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은 채산성이 나쁜 매장을 폐쇄하는 등 인력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맹점 형태인 편의점 업계는 사정이 다르다. 한 편의점 점주는 "일손이 아무리 딸려도 가맹점인데 문을 닫을 수는 없고, 결국 점주가 대신 일을 해야 한다"며 "어떤 때는 장시간 노동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소매업 전문 컨설팅 업체 프리모 리서치 재팬의 스즈키 다카유키 대표는 "점포 입지에 따라 24시간 영업이 불필요한 곳도 많다"며 "더이상 합리성이 결여된 24시간 영업을 고수하지 말고 영업시간 조정 등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편의점 업체의 입장에서는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거나 점포 수를 줄일 계획이 없다. 오히려 시장 점유율 하락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당분간 점포 확장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5만 점포가 넘은 시점부터 포화국면이라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일본내 편의점 수는 약 5만 6000개까지 늘어난 상태다. 게다가 아직도 점포수 증가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븐일레븐도 과거에 비해 거리제한 등 출점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지만, 2017년 2월기(2016년2월~2017년1월)에만 850개의 점포를 늘렸고, 2018년 2월기까지 추가로 700개의 출점 계획을 잡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2017년 2월기 42.7%인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은 상태다.

로손도 2017년 2월말 현재 1만3111개 점포를 2022년 2분기까지 1만 8000개 점포로 늘릴 계획이다. 패밀리마트의 경우, 내년도까지는 써클K생크스와의 브랜드 통합 등의 영향으로 점포수가 줄지만, 2021년 2월기 목표는 1만8500개(현재 1만8125개)로 늘려잡았다.

한편,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내점 고객수는 12개월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격적인 점포 확장 정책이 한정된 파이를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꼴로 편의점의  점포당 이익률 하락은 불가피하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와 소비부진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 급증과 다양한 상품 라인업, 24시간 운영 및 접근 편의성 등에 힘입어 불황도 피해가는 듯 승승장구해온 일본 편의점 성장 스토리가 일손부족이라는 커다란 장벽을 만나 향후 어떤 궤적을 그려 나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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