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소비자의 잠재의식 속 진짜 수요 파악 주력

이미지=유니참 홈페이지 화면 캡쳐

최근 들어 심각한 가계부채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내수 부진,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 등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던 일본식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우리나라 경제를 서서히 옥죄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가 약 20여년의 차이를 두고 놀라우리만치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칫 일본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1일 코트라(KOTRA)가 일본기업들의 장기불황 대응 사례를 분석 소개한 ‘저성장 시대, 일본기업의 성장전략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보고서는 △시장 △제품 △가치 △사업 등 4대 차별화 전략으로 일본 기업들이 ‘잃어버린 20년’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저성장기조에 처한 경제 상황속에서 새로운 성장전략을 준비해야 하는 국내 기업에게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프레스맨>은 해당 보고서의 내용에 기초해 4대 차별화 전략을 통해 성공적으로 불황을 견뎌낸 일본기업의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4대 차별화 전략 중 '시장' 측면에서의 첫번째 사례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유니참이다. 

주로 생리용품을 생산하는 일본 기업인 유니참은 지난 2006년 LG와 합작해 설립한 'LG유니참'으로도 한국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유아용 기저귀로 아시아 1위, 세계 3위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유니참은 1961년 창업이래 50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며 2015년 12월 기준 매출액은 14기 연속, 영업이익은 9기 연속 매년 과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또한 1985년 688억엔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2016년 7387억엔, 영업이익은 799억엔으로 30여년만에 10배 이상 급속도로 성장했다.

유니참은 현재 35개의 해외 현지법인 거점을 기반으로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동을 비롯한 80개국에서 기저귀와 생리용품 판매를 확대하며 급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니참의 해외 매출액 비중은 2015년 기준 61.4% 달해 이미 자국내 판매 비중을 추월한 상태다. 특히 아시아지역에서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기저귀·여성위생용품의 사용보급촉진에 힘입어 2012년부터 매년 평균 23.8%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유니참 실적 추이 <자료=유니참 기업정보>

유니참이 이처럼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으로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신흥시장 공략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대부분의 일본기업들은 일본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와 구미 선진시장 진출을 우선시 하고, 아시아 시장을 시험적으로 도전하는 정도로 인식하여 현지화 의지가 부족했다.

하지만, 유니참은 1984년 대만현지법인 설립 당시부터 아시아 시장에서 넘버원이 되겠다는 목표 하에 1990년대부터 아시아 중심의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최근에는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해 브라질 거점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중동·북아프리카 시장에서의 수요확대를 예상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지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해당 지역의 시장창출을 본격화 하고 있다.

기저귀와 여성 위생용품이 주력 품목인 유니참은 단품경영의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신흥국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방식을 적극 도입했다. 일본 1위 기저귀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카오가 해외 진출보다는 다품종 경영방식을 도입해 일본 내 시장 확보에 주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니참은 해외진출시 시장규모·발전단계, 타사와의 경쟁 환경 등을 감안하여 전략적으로 진출지역을 판단하고, 진출 국가별로 생활습관 및 상관습 등 장기간 현지 소비자를 생활밀착형으로 관찰하는 철저한 검증작업을 거쳤다. 

예를 들어, 공중화장실에서 여성 위생용품 사용 현황을 탐색, 현지 소비자들은 가능한 장시간 사용하는 특징을 파악한 것이다. 장시간 사용하는 특성상 흡수 정도나 냄새에 민감한 기능성에 주목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 최대한 저렴하게 상품을 출시했다. 

또 가정 방문조사를 통해 위생적으로 서서 갈아입힐 수 있으면서 저렴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제품 가격을 절반 수준까지 인하한 팬티형 기저귀를 개발, 아시아 시장에서 대히트를 기록했다.

상품 개발뿐만 아니라 판매 단계에서도 현지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유니참은 전력 사정이 나쁘고 점포 조명이 어두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는 여성이 선호하는 분홍색이 아닌 눈에 잘 띄는 노란색으로 상품을 포장하고, 동남아에서는 급여 지불방식이 주급 형태여서 현금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해 소포장으로 판매, 호평을 받았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유통 판매망을 단기간에 확보한 것도 해외시장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었던 커다란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유니참은 베트남 진출했던 2011년 당시 업계 2위였던 현지 메이커 '다이아나'를 매수해 베트남 지역의 판매망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유니참이 보유한 상품개발력과 생산기술력과 '다이아나'의 판매유통망이 결합되면서 베트남에서의 사업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었던 셈이다.

유니참은 이에 그치지 않고 현지와의 융합을 도모하기 위해 현지 인력확대 및 주요 상품개발, 마케팅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등 현지화를 심화시키는 한편, 온라인 마켓의 급성장에 발 맞춰 로컬 커뮤니티의 영향력 있는 현지 소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일본기업들이 신흥시장을 새롭고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인식한 점과 현지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일본식 서비스 감동을 제공한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흥시장과는 반대로 북미, 유럽 등 시장규모가 크지만 성숙된 시장에서는 직접진출 방식보다는 기술 라이센스 계약 방식을 채택하여 최소한의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한 점이 특징적이다. LG유니참도 이에 해당하는 형태로 매년 유니참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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