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의 자존심이었던 104년 역사의 샤프를 집어삼킨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의 궈타이밍(郭台銘)회장이 이번에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가로 3조엔을 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10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 홍하이 정밀공업(鴻海精密工業股有限公司) 산하의 폭스콘이 일본의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가로 무려 3조엔 가량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인수 경쟁사인 한국 SK하이닉스와 미국 브로드컴·웨스턴디지털 등의 희망 입찰가인 1조5000억엔~2조엔보다 훨씬 높다. 도시바가 최초로 제시한 매각 희망가인 2조5000억엔도 웃도는 수치다. 

일본 정부와 도시바가 보안 및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기업에 매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자 홍하이가 입찰가를 대폭 높인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은 지난해 샤프를 인수할 때도 비슷한 전략을 썼다. 일본 민관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와 막판 경쟁 끝에 2배 이상 많은 금액을 제시해 샤프를 손에 넣었다. 이로써 일본 기업이나 일본과 미국 기업의 합작 기업이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길 희망하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일본정부는 일본 기업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하거나 미국과 일본 기업이 손을 잡고 이 사업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선호해왔다. 반도체 사업을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인수전이 최종단계에 들어선 게 아닌 만큼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 폭스콘이 지난해 샤프를 인수할 때도 가격이 당초 제시한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샤프의 우발채무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인수 작업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폭스콘이 최고액을 고수하면 도시바가 폭스콘의 제안을 물리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도시바의 최고경영자인 츠나가와 사토시(綱川智)는 앞서 지난달 인수자 선택 기준에 대해 “첫 번째가 제안 금액, 두 번째가 거래를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일본 정부의 바람을 알고 있다면서도 우선순위는 ‘가격’과 거래를 빨리 끝낼 수 있는 인수자의 능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도시바는 현재 반도체 사업부 지분 100%를 팔기로 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부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서버에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를 만드는 알짜배기 사업체다. 하지만 미국의 원전건설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전 건설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하면서 도시바는 자금난을 덜기 위해 이 사업부 매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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