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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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6위 규모의 프랑스계 소매유통업체 까르푸가 지난 2006년 4월 이랜드 그룹을 최종인수자로 확정지으며 한국철수를 공식화했다. 1996년 부천 중동점을 시작으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섰던 까르푸가 마침내 한국시장에서 손을 털고 떠나게 된 것이다. 한편, 전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계 소매유통업체 코스트코는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한국시장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와 똑같은 일은 일본에서도 벌어졌는데 한국시장에서의 뼈아픈 경험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1년 늦게 일본시장 공략에 나섰던 까르푸는 일본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서 시장 점유율 0.1%라는 형편없는 성적에 만족해야 했다. 마침내 2005년 까르푸는 일본 유통업체 이온(AEON)그룹에 100억엔이라는 헐값에 매각되고 말았다. 반면, 코스트코는 1999년 일본시장에 진출한 이래 현재 25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까르푸 등 많은 외국계 유통회사가 철수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트코 만큼은 유일하게 한국과 일본 소비자들의 호응속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 이유를 들여다 보자.

소매유통기업은 규격화된 체인시스템에 기초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그러므로 소매유통기업의 경쟁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품구성'과 '상품조달' 능력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상품구성'은 상품성 그 자체로 해당 매장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한편, '상품조달'은 수익과 직결되는 서플라이체인 즉, 기업의 사업구조다.

대형종합슈퍼체인인 까르푸의 경우, 유럽에서는 하이퍼마켓이라는 업태로 취급 상품수가 7만여점에 달하는 다양한 상품구성을 자랑하는 한편, 상품은 현지조달을 기본으로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까르푸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식품의 현지조달 비율이 대체로 높은데 아시아 국가 중,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경우 각각 99%, 100%에 달한다.

즉, 까르푸 진출의 성패여부는 매우 간단하고 명료하다. 진출국가 소비자들에게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얼마나 빨리 현지업체와 직거래체제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 내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일본에 진출했던 까르푸는 다른 나라에서와는 달리 연거푸 현지업체와의 직거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수익구조와 직결되는 서플라이체인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즉,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사업구조와 수익구조 구축에 실패한 것이다.

까르푸가 해외 진출시 적용하는 수익구조는 매출을 100으로 가정했을때 매출원가율을 75~80%로 억제하는 것이다. 매출총이익률(마진율)은 20~25%로 판매관리비를 제외하고 약 5%의 영업이익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현지업체를 통한 상품조달에 실패하면서 이같은 매출원가율을 확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코스트코의 경우는 어떨까.

코스트코의 상품수는 까르푸의 7만점에 비해 훨씬 적은 4천점 정도다. 편의점 수준의 상품수에 이마저도 40%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자체공급망을 통해서 조달하고 있다.

그리고 코스트코는 까르푸와 달리 오랜기간 공을 들여 현지업체와의 직거래관계를 늘리는 등 상품조달 구축에 만전을 기해왔다. 또한 까르푸가 일본진출 초기 '경쟁'과 '위협'으로 받아들여 졌다면 코스트코는 진출 초기부터 '협조'와 '차별'을 강조하며 현지업체 및 지역 상권의 신뢰를 쌓는데 노력했다.

실제로도 4천점에 국한된 상품구성은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상승효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슈퍼마켓체인과는 차별화된 상품구성으로 업체간 윈윈관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스트코의 경우 매출액 대비 2~3% 상당의 연회비수입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까르푸보다 훨씬 안정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일본시장에 진출한 까르푸와 코스트코이지만 진출초기부터 이미 승부는 갈려있던 셈이다.

코스트코는 마진율 12~13%를 고집하고 있다. 통상적인 소매유통업체의 마진율이 20~25%, 도매업체가 15%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코스트코의 목표 마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만큼 코스트코의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의미로 바꿔 말하자면 가장 강력하고 튼튼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인이 가지고 있던 프랑스에 대한 '세련되고 고급스런' 이미지도 결과적으로 까르푸의 일본진출을 방해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일반 서민적인 이미지를 내세워야만 하는 대형슈퍼마켓체인의 특성상 고급스런 프랑스의 이미지를 버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시장에서 만큼은 유독 예외적으로 일본 소비자가 가지고 있던 고급스런 프랑스의 이미지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했다.

그 결과, 프랑스의 일상을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오히려 일본 소비자가 가진 고급감에 사로잡힌 채 까르푸 본연의 이미지를 어필하지 못하고 말았다.

반면, 코스트코는 정반대였다.

코스트코는 일본종합슈퍼마켓(GMS)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일본 소비자가 품고 있는 '아메리칸 스타일'을 강점으로 녹여내며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창고형 매장'으로 불리는 만큼 코스트코 매장은 드넓은 면적에 높은 천장, 그리고 폭넓은 통로가 장점이다. 국토가 좁은 섬나라인 일본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일본종합슈퍼마켓과의 차별성에 실패한 까르푸와 상품·가격·매장의 매력·회원제라는 명확한 비즈니스모델로 그 차이를 과시한 코스트코. 이 둘의 명암이 갈린 것은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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