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인상'이후 국내소비자 외면···중국인 '싹쓸이쇼핑'의존 한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오니시 히로시 미츠코시이세탄HD 사장 전격 사임

일본 최대 백화점그룹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HD)의 오오니시 히로시(大西洋·61) 사장이 최근 사임을 발표하고 스기에 도시히코(杉江俊彦·56) 전무이사가 새롭게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오오니시 사장은 올해 6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 앞서 임기도중 사임하는 것으로, 그의 사임 소식에 지난 6일 이세탄의 주가는 전날 종가 1436엔에 비해 5%이상 하락한 1363엔으로 급락마감하기도 했다.

오오니시 사장의 후임으로 결정된 스기에 전무이사는 오는 4월1일부터 사장 자리에 오른다.

노동조합의 반발과 이시즈카 쿠니오(石塚邦雄·67) 회장의 압박이 있었다고 알려진 오오니시 사장의 사임배경에는 실적악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세탄의 2017년3월기(2016회계연도) 연결순이익은 130억엔으로 전년에 비해 절반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오오니시 사장이 2016회계연도 실적발표전에 전격적으로 사임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세탄의 실적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세탄'과 '미츠코시'라는 전통 브랜드를 가진 백화점 업계 절대강자 '미츠코시이세탄'이 이처럼 추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오니시 사장은 신사(남성용) 전문관 '이세탄멘즈'를 성공시키고 '현장제일주의'의 새로운 인물로 주목을 받으며 2009년 6월 미츠코시이세탄 백화점 사장으로 발탁된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2012년에는 미츠코시이세탄홀딩스 사장으로 올랐다.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된 그는 일본 전국의 '명품'등을 선별해 국내외 판매에 적극 나서는 등 '명품지향'전략에 주력했다. 이 기간 '탈디플레'를 선언하고 대규모 양적완화에 돌입한 아베노믹스 정책도 이같은 이세탄의 노선을 뒷받침하는 듯 보였다. 엔화약세가 유도되면서 중국인을 중심으로한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력이 급상승한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효과와 소비세 인상 이전 반발수요로 2013회계연도 이세탄의 매출은 1조 3215억엔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6.9% 늘어나기도 했다.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소비세인상 여파가 길어지며 국내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외면하기 시작한 가운데 이세탄 실적의 버팀목이 된 것은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싹쓸이쇼핑'이었다. 엔화 약세로 구매력이 높아진 중국관광객들이 명품을 마구 사들인 것이다. 긴자나 니혼바시의 미츠코시 백화점에는 중국어가 난무하고, 명품 브랜드샵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일본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이 돌리는 가운데, 중국관광객들의 '싹쓸이쇼핑'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중국관광객들의 '싹쓸이쇼핑'은 엔화약세로 인한 매직에 불과한 것으로 오랜기간 지속될 수 없다. 

일본백화점협회의 전국백화점매출통계를 보면 2015년 4월 전년동월대비 플러스를 기록했던 백화점매출은 2015년 가을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16년3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개월 연속 전년동월수준을 밑돌고 있다. '싹쓸이쇼핑' 대상이었던 미술품, 보석이나 귀금속 등의 매출액은 2016년 3월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춘절로 중국관광객이 크게 늘어났던 올해 1월에도 전년동월대비 0.4%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백화점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1월 전국 주요백화점에서 면세수속을 한 외국인 관광객수는 33만명으로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25만명, 2월의 경우 17만 7000명과 비교하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백화점 매출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관광객수가 늘고 있는데도 백화점 매출이 줄어드는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의 객단가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전국백화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객단가가 피크였던 2014년 12월 8만9000엔에서 지난해 7월에는 5만 2000엔까지 하락했다. 

그간 엔화약세 덕에 명품브랜드에 치중됐던 '싹쓸이쇼핑'의 구매대상이 일본의 화장품이나 식료품 등으로 바뀐 때문이다. 

이세탄은 이같은 '싹쓸이쇼핑'의 구조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명품브랜드의 이익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징적인 매장이라고 볼 수 있는 신주쿠이세탄 백화점의 경우 서민들에겐 위화감이 들 정도로 명품브랜드 일색으로 결과적으로 국내소비자의 백화점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약세는 기업실적 향상과 이에 따른 주가상승효과를 불러왔다.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효과'인 명품 '붐'을 일으킨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아베신조 일본총리는 기업 수익의 증가를 소득 확대 등으로 연결하는 '경제선순환'의 실현을 위해 기업에 임금 인상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일손부족현상은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소득확대로 이어지지 않으며 '경제선순환'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 

백화점이라는 업태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오니시 사장의 사임에서 보듯 이세탄의 실적악화는 경영전략의 실패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기업의 경영전략만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아베노믹스로 인해 일본 GDP의 60%를 차지하는 소비가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축소된 것도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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