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충 맘충 틀딱충 종류도 다양해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상에서 혹은 일상생활 속에서 일베충, 맘충, 틀딱충 등의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이 단어들은 자신이 혐오하는 집단의 이름 끝에 ‘벌레 충(蟲)’자를 붙임으로써 사람을 벌레로 비하해서 일컫는 신조어이다.

먼저 ‘충’의 원조인 일베충이란 극우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의 여성혐오, 외국인 혐오, 종북 몰이를 일삼는 유저들을 비하하여 일컫는 말이다. 또 자기 자식만 끼고 돌며 온갖 진상 짓을 하는 엄마들을 칭하는 맘충, 아무 때나 나서서 설명하려고 드는 사람을 가리키는 설명충, 사춘기에만 할 수 있는 패기어린 행동이나 말을 하는 중고등학생을 부르는 급식충 , 틀니 끼고 잔소리한다는 뜻으로 노인들을 부르는 틀딱충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에서 요즘 노키즈존 확대로 찬반 논쟁이 일었던 뜨거운 감자인 맘충에 대해 생각해보자.

4세 남아 7개월 여아를 키우는 전업주부 C씨는 최근 아이들과 함께 카페에 들어가려다 제지를 당했다. 아이들이 다른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노키즈존’이라는 것이 카페 주인의 설명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참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카페 안에 있던 사람이 “저런 맘충들 때문에 노키즈존 있는 카페에 오잖아.”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숨이 멎는 듯 충격으로 그 자리를 피했지만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들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는 사람은 10명중 9명에 달할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이 겪어본 이야기이긴 하다. 그 중 1-2명은 아이와 방치하는 부모들로 인해 심하게 불쾌한 일을 겪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의 특성 내에서 이해가는 정도의 불편함을 느낀 사례들이다.

물론 영유아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 이른바 진상엄마들이 있지만 그것과 모든 엄마들을 ‘맘충’이라고 부르는 것, 모든 아이들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을 만들어 카페 이용을 막는 것은 다른 문제다. 소수의 사례로 모든 엄마와 아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특히나 ‘맘충’이라는 인격모독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이다.

가뜩이나 애 키우기 힘든 시기에 애국하는 마음으로 키우는 맘들에게 박수는 쳐주지는 못할망정 벌레 취급하지는 말아야겠다. 노키즈존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음식점이나 카페, 공공장소 일부분에 키즈존을 만들거나 키즈카페를 확대시켜 엄마와 아이가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틀딱충 역시 기성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비하발언이다.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인인구의 비중이 커져 지하철 안에서 싸우는 노인들이나 취중에 젊은 사람들에게 훈계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흔하게 본다. 또한 일반석에서 자리양보를 받으려는 노인과 젊은 세대들의 갈등도 종종 일어난다.

대학생 P씨(23, 고양시)는 “보기 참 안 좋아요. 이른 시간대임에도 술 드신 채로 언성을 높이며 시비 거는 할아버지들, 자리 양보를 안 한다며 요즘 젊은이들을 무작정 욕하는 할머니들을 보면 저렇게 나이 들지 말아야지 합니다.”라고 말하였다.

인구고령화가 많이 진행되어 있는 현 상황에 따라 노년층과 부딪힐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만난 몇몇 노인과의 불쾌한 경험 때문에 ‘노인들은 저래서 문제야. 이래서 노인들이 싫다니까.’라며 혀를 끌끌 차는 식의 발상은 심각한 문제이다.

당신이 불쾌한 경험을 했다면 그냥 오늘은 이상한 사람을 만난 것으로 생각해야지 그것을 노인 전체에 대한 혐오의 감정으로 이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노년기에 치아가 약해져서 착용하는 ‘틀니’를 가지고 틀딱충이라는 비하의 단어를 만든 것은 매우 폭력적인 표현이다.

정승호씨(전 코카스저널 논설위원)는 이를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벌레로 간주하는 표현법으로 의충법’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의충법의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소수의 사례를 바탕으로 그것이 마치 집단이 가지고 있는 특징으로 치부해버리는 일반화의 오류라는 점이다. 한 두 개의 사례를 바탕으로 자신이 임의적으로 공통된 집단을 찾아내어 그 집단 전체가 가진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일 경우보다는 자신의 편견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집단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작용하여 그 집단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볼 때 그것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지하철에서 취객과 싸움이 붙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우연히 노인인 경우 ‘역시 노인들이 문제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타인에게 혐오의 감정을 쉽게 드러낸다는 점이다. 혐오라는 것은 단순히 좋고 싫음의 정도를 넘어서 아주 극단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척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감정이다. 혐오의 감정은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하물며 그 대상이 다른 사람일 경우는 어떠하겠는가. 이런 점에서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자기 기준에서 자기와 다른 생각 다른 느낌이면 인격이 없는 존재로 여기며 벌레라는 의미의 ‘충’을 달아 부르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생각인가? 나와 다르면 사람을 벌레로 취급하고 아무렇지도 않으니 지독한 인격모독인 셈이다.

맘충과 틀딱충만 살펴봤는데 어쩌다 우리사회가 벌레들의 천국이 되었는지 씁쓸하다. 나와 다르다고 다른 사람을 벌레라 칭하면 벌레들이 득실대는 세상에서 살게 되는 건 결국 나 자신 아닌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인권을 가지고 태어나며 존중되어져야만 한다.

나와 다름을 틀렸다고 비판하지 말고 다양화가 필요한 사회로 각기 다른 개성을 중시하면서 시행착오를 축적해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는 건강한 인간사회가 되어보자.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죽을 수 있듯이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비수가 될 수 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들이 넘실대는 사회를 만들어보자!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Tag키워드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