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증진책이 아닌 소득증진책이 먼저 나와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3일 정부가 꽁꽁 언 소비심리를 풀기 위해 근무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 놓았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평일에 30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가족과 함께 하는 날’로 정해 4시에 조기 퇴근하는 제도다.

객실요금을 인하한 호텔과 콘도에 세제혜택과 고속철을 조기 예약할 경우 최대 50% 할인혜택 등을 주어 여행경비 비용절감을 통한 관광활성화로 소비심리를 회복시킨다는 세부내용도 있다.

불금에 조기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 외식도 하고 레저 활동도 마음껏 하면 닫혔던 지갑이 열릴 거라 예상하며 내놓은 대책이다. 그런데 정작 정책수요자인 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왜 일까?

뉴스를 접한 L씨(회사원,42세)는 “지갑에 돈은 있는데 쓸 시간이 없어서 못쓴 게 아니거든요. 돈이 없어 사고 싶어도 못 사고 생활비도 빠듯한데 무슨 뜬구름 잡는 정책인지 모르겠어요.”라며 소득은 제자리인데 소비 진작만 나온들 무슨 소용일까 싶다고 말한다.

내수활성화가 안 되는 근본 이유는 물가상승 대비 명목임금의 상승이 낮아져 구매력이 하락되었기 때문 아닐까? 실제로 물가상승폭은 장을 보러 가면 즉각 피부에 와 닿는다.

주부 K씨(중계동)는 일주일 한두 번 가는 마트에서 예전에는 7-8만원이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산 것도 별로 없는데 12-13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소연한다. 계란 한판 값이 10,000원이 넘어서자 계란대란이 일어나면서 연일 시끄러웠다. 매일 먹는 소비물가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이야기다.

매일 먹어야 하는 채소나 과일값이 오르면 당장 가계에 타격이 미치니 여가나 문화생활에는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이 서민생활의 실제 모습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비슷한 시기(하루 늦은 24일) 일본도 ‘프리미엄 블랙프라이데이’를 실시해 내수활성화를 꾀하였다. 매월 말 금요일에 3시 퇴근을 골자로 한 프리미엄 블랙프라이데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업체들의 대대적인 참여 속에 지난달 처음 실시되어 백화점 매출에 효과를 보았으나 지속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실질적인 소득증대와 고용안정, 가계부채 경감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내수활성화 효과는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빛 좋은 개살구 정책이다. 거시적인 대책 속에서 장기적 프로젝트로 중장기 대책과 단기대책 등이 차례로 나와야지 그저 눈에 바로 보였다 사그라드는 보여주기 식 안일한 정책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경우 도입이 어려워 눈치만 보는 정책이다.

‘근무유연제’를 통해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이용하는 제도 자체는 좋다. 근무유연제를 이용 지난달 동생 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K양(회사원)은 상사 눈치 안보고 급한 개인 볼일도 보고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가족과 함께 하는 날’이 시행되어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다. 제도의 좋은 점이 문제가 아니라 이 좋은 제도를 제대로 실효성 있게 실천하려면 소비 진작 방법이 먼저가 아닌 소득 증진 방법을 먼저 내 놓아야 할 것이다.

쓸 돈이 생겨야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낼 수 있는 것이다. 쓸 돈이 있어야 5월 황금연휴에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구경도 하면서 삶의 질도 높이고 나라 경제도 팍팍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허망한 로또 복권일망정 한 장 사서 지갑 안쪽에 넣고 내일을 꿈꾸는 서민들의 지갑이 두툼해질 그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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