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도 인정하는 원두와 로스팅에 대한 집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치솟는 물가에 점심식사 비용부담으로 편의점 도시락, 김밥 등으로 한 끼를 떼우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지만, 한 끼 식사비용만큼이나 비싼 커피수요는 꺽일 줄 모르고 있다.

이같은 커피수요에 발 맞춰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는 물론, 카페베네, 이디야 등 토종 커피전문점도 이 들 해외 브랜드의 공세에 맞서며 저다마의 세력확장에 열을 올린지 오래다. 최근에는 CU, GS25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자체 커피브랜드도 속속 시장을 파고들면서 커피시장은 이른바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의 커피시장도 과거 20여년간 가장 치열했던 시장 중의 하나다. 이처럼 치열한 일본 커피시장에서 꾸준하고 탄탄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토종 커피 체인이 있다. 바로 도토루 커피숍이다. 1990년대 후반에 스타벅스 등 외국계 브랜드가 속속 일본에 상륙하고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 등 저렴한 편의점 커피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와중에도 도토루를 찾는 손님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이와 관련 일본의 경제지 동양경제는 "창업주의 타협하지 않는 원두 고집에 비결이 있다"고 전했다. '동양경제'가 밝힌 도토루의 경쟁력'을 살펴본다.

1. 정신이 확 들 정도의 파격적인 가격

도토루 커피숍의 탄생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출점 당시 가장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당시 일반 커피숍에서 판매되던 절반 이하의 가격인 커피 1잔 150엔으로 내놓은 것.

이처럼 싼 가격은 "맛있는 커피를 소비자에게 부담없는 가격으로 제공하고 싶다"는 창업주인 토리바 히로미치씨의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지 가격만 저렴한 것에 그치지 않고, 진짜 맛있는 커피를 어떻게 하면 싼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덕분일까, 얼마지나지 않아 그의 가게 앞에는 손님들의 긴 행렬이 생겨났고, 프랜차이즈를 도입하면서 단숨에 전국 단위 규모로 성장했다.

매장수는 늘었어도 '싼 가격에 맛있는 커피'라는 창업초기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단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도토루의 커피를 평가해서는 안된다.

2. 고품질의 원두 수입 노력

커피 맛은 '원두'와 '로스팅'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토루의 경우 원두는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세계 20여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원두 매입을 현지회사나 상사에 맡기지 않는다. 회사관계자가 직접 눈과 혀로 원두를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현지를 방문해 꼼꼼한 품질평가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도토루는 높은 커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원두 생산지를 지정하거나 농장이나 품종, 때에 따라서는 커피목까지도 선정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 원두를 수입하는 회사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송관련해서도 세심한 배려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산지 특성상 적도 인근을 선박이 통과하므로 배 아랫부분에 커피원두를 싣지 않도록 선저지정(船底指定)도 빼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두가 일본에 도착한 후에도 항상 일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특수한 창고(定温倉庫)에 보관한다. 정온창고 아이디어는 당시에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3. 신선도 최우선 로스팅 주문·배송 시스템

정온창고에 보관했던 원두는 전국 각 매장의 일일 사용분만 매일 로스팅 공장으로 보내지고, 매장당 주문량 만큼만 로스팅 한다. 기본적으로 하루라도 지난 원두 재고는 없도록 해 커피 맛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소인 '로스팅' 원두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주문하면 이튿날 주문량을 집계해 그날 아침부터 로스팅을 시작해 저녁무렵에 출하한다. 하지만, 해당 점포로 직송하지 않고 각 매장별로 원두를 추출하기 가장 좋은 때에 맞춰 배송되도록 배송시간을 조정한다. 막 로스팅된 원두는 가스가 배출돼 안정적으로 추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커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는 극히 드물다. 넉넉하게 로스팅해두면 품절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회사가 대부분이지만, 로스팅된 원두는 산화되기 십상이다.

커피에는 15% 전후의 유지분 포함되어 있어 공기와 접촉하면 산화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커피 맛을 떨어뜨리는 원흉이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속이 쓰린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산화된 커피를 마셨기 때문이다.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수 리터씩 마셔대는 도토루의 로스팅 기사는 속쓰림으로 고생한 기억은 없다고 한다.

도토루와는 달리 커피 전문점 중에서는 해외에서 로스팅된 원두를 이용하는 곳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박을 이용하는 경우 1개월 정도 경과된 셈이다.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필히 확인해 보길 권한다. 언제, 어디서 로스팅된 원두를 이용하느냐고.

즉, 도토루가 고집하는 커피는 단순히 싼 커피가 아니다. 한번 맛보면 다시 찾을 수밖에는 없는 맛있는 커피인 셈이다. 

4. 커피 잔에 배여있는 고객 중심주의

도토루의 고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토루 매장에서 사용되는 커피잔과 받침대는 모양, 두께 그리고 손잡이에도 손님을 위한 배려가 가득차 있다.

입술이 닿는 커피잔의 부분은 커피를 마신 후 부드럽게 입술을 뗄 수 있고, 커피가 잔 밖으로 흘러내리기 어려운 구조를 띄고 있다. 손잡이 부분도 커피잔을 잡았을 때 엄지, 검지, 중지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들어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뜨거운 커피잔에 손가락이 닿지 않도록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커피잔 사이즈에 따라 손잡이 모양이나 크기도 다르다. 

또 커피잔을 들어올릴때 커피 받침대에서 스푼이 미끄러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도토루의 커피받침대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스푼이 미끄러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테이크 아웃용 종이컵에도 특별한 설계가 감춰져 있다. 과거에는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종이컵이었지만, 현재는 제조사와 공동개발한 엠보싱타입의 특수 종이컵을 제공하고 있다.

종이 표면에 작은 요철이 붙어있어 열전도를 막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최근에는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도 이 종이컵을 제공하는데 이 종이컵의 명칭은 '도토루 타입'이다.

도토루를 애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같은 '도토루의 고집'을 모를지도 모른다. 도토루는 오히려 신경쓰지 않는다. 굳이 인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움, 이것이 바로 도토루의 강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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