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투자펀드 '페르미라', 투자자금 회수 목적 재상장 추진

이미지=스시로 홈페이지

스시로·구라즈시·갓파스시·하마즈시 4강체제···출혈경쟁·과밀화

"약1시간 3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저녁 식사시간이 훌쩍 넘은 8시경 일본의 유명 회전초밥 체인점 '스시로'에 들어가자 안타까운 표정의 종업원이 조심스레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과거 전철역 인근에 조그만한 규모로 운영되던 회전초밥 집이 이제는 거대한 규모로 체인점화 되면서 규동체인, 패밀리레스토랑, 커피전문점 등에 뒤지지 않는 외식업계의 거인으로 거듭났다.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후지경제에 따르면 일본의 회전초밥 시장 규모는 2015년 5777억엔에서 지난해에는 6117억엔으로 햄버거 업계를 위협할 기세로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를 뒷받침하듯 '스시로'의 재상장 소식도 들린다. '스시로'를 운영하는 일본의 최대 회전초밥체인 '아킨도스시로'는 지난 2008년까지는 도쿄 증권거래소 2부에 상장돼 있었지만, 업계 재편을 노린 외식기업과 투자펀드의 치열한 인수공세에 수차례 노출되면서 결국 2009년 상장폐지된 바 있다.

치열한 인수전 끝에 '아킨도스시로'를 장악한 영국계 투자펀드 '페르미라 어드바이즈'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스시로'의 매출액과 이익률을 바탕으로 재상장을 추진, 높은 가격에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투자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스시로'가 재상장될 경우 시가총액은 약 1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스시로'의 2016년 9월기의 매출액은 1464억엔, 최종손익도 23억엔 흑자를 달성했다. 또한 점포수도 전국적으로 442개로 꾸준히 증가해 업계를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스시로'가 재상장 이후에도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펀드 '페르미라'의 출구전략이 절묘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회전초밥 업계는 최근 들어 출혈경쟁과 과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의 회전초밥 체인점으로는 '스시로'를 필두로 쿠라코퍼레이션의 '구라즈시'와 젠쇼홀딩스의 '하마즈시', 카파크리에이트의 '갓파스시' 등 4강 체제다.  

이 중 규동 브랜드 '스키야'를 보유한 젠쇼홀딩스는 '갓파스시' 지분 참여를 노렸었으나 무산된 바 있으며, '스시로'에도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젠쇼홀딩스는 회전초밥기업의 지분 매수를 통한 인수에서 방향을 바꿔 회전초밥 브랜드 '하마즈시'를 공격적으로 육성했다. 

이같은 회전초밥업계의 치열한 경쟁 결과 시장규모는 최근 10년 동안 1.5배로 커졌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경영 환경은 척박해졌다고 토로한다. 해산물을 수입하는 회전초밥 업계는 환율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곤 하는데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급변하는 환율도 업계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비교적 환율영향에서 자유로운 사이드메뉴도 이미 어지간한 메뉴는 거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로 더이상의 확장성은 기대할 수 없다. 그간 활발하게 진행돼 왔던 출점 전략도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국내 시장을 감안할 때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갓파스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 무리한 출점의 영향을 받아 2016년 4~12월기 회계연도에 6억62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젠쇼홀딩스의 '하마즈시'는 '스시로'를 위협하는 출점속도로 세를 확장해 온 결과, 현재 일본내 회전초밥 점포는 경쟁사와 땅따먹기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재상장에 돌입한 '스시로', 결국 10엔의 차이라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하느냐가 승부겠지만, 한편으로 조금이라도 경쟁에 뒤쳐진다면 투자펀드만 배불렸다는 소릴 들을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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