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도시바, 新生 액션플랜 가동 1년만에 해체위기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1875년 창업. 일본의 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100년 역사의 日전자 대기업 도시바가 바람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2015년 회계부정 스캔들로 크나큰 경영위기에 봉착했던 도시바는 부분적인 사업매각등 구조조정을 통해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7000억엔대의 손실을 본 원전사업부문에서 철수하고, 메모리사업을 분사시킨 후 일정부분의 지분을 매각해 원전손실을 메꾸고 나면 빈 껍데기만 남게 된다. 

도시바는 현재 미국의 원전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상황이다. 도시바는 전세계적으로 원자력 수요가 급증하던 2006년에 54억달러를 들여 미국의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WH)를 인수했었다. 당시 도시바는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게 됐다. 투자금은 2015년에서 2020년까지 회수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오늘에 이르러 이 원전사업은 애물단지를 넘어 도시바의 존립근거를 뒤흔들고 있다.

도시바의 원전사업 손실규모는 최대 7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숫자는 오는 14일에 확정될 전망이지만, 작년 9월말 시점 도시바의 자기자본은 3천600억엔으로 원전사업에서 7000엔 규모의 손실이 확정될 경우 오는 3월말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3월) 결산일까지 자본확충을 못하면 채무초과 상태에 빠져버린다.

게다가 도시바는 도쿄증권거래소에서 투자주의를 당부하는 '특정주의시장종목'으로 지정돼 있어 시장을 통한 자본조달의 길은 사실상 봉쇄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시바가 내놓은 것이 메모리사업 분사다. 도시바는 현재 사내 컴퍼니형태로 ▲반도체 ▲에너지(원자력 포함) ▲사회인프라 ▲정보통신기술(ICT) 등 4개의 회사를 두고 있다. 

메모리사업은 반도체부문을 담당하는 스토리지&디바이스솔루션社의 핵심사업이다. 도시바는 주력인 메모리를 포함한 반도체사업을 분사시켜 이 과정에서 분사회사의 지분 20%가량을 수천억엔에 팔아 자본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원전사업에 관해서는 현재 사내 컴퍼니인 에너지시스템솔루션社에서 분리시킨 뒤 사장 직할로 두는 한편 건설공사 분야에서는 철수할 계획이다. 원전사업은 설계, 원자로 등의 납품, 건설공사라는 세 분야로 크게 나뉘므로 재무적 건전성이 회복되더라도 사업의 대폭적인 축소는 피할 수 없게 된다.

1년여만에 물거품 되버린 '新生 도시바 액션플랜'

도시바는 2015년 회계조작 발각 뒤 사내에 제3자위원회를 설치해 회계부정을 미연에 방지하는 한편, 같은해 12월 '신생도시바 액션플랜'을 가동하는 등 발 빠르게 경영재건에 힘써왔다.

회계문제가 불거진 2015년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3월) 도시바의 매출액은 약 5조7000억엔이었다. 사업포트폴리오는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부문이 약 30%, 메모리반도체 등 전자부품부문이 25%, 엘리베이터 등 사회인프라부문이 약 20%, PC나 가전 등 정보통신부문이 10%로 구성되어 있었다.

도시바가 설정한 액션플랜은 이 사업포트폴리오에서 시스템 LSI나 영상기기, 백색가전, PC 등의 부문을 축소하거나 매각하고 원전(전력)과 반도체(전자부품) 2개사업을 기둥삼아 재건을 꾀한다는 것이었다. 

실제 도시바는 액션플랜에 근거해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던 의료기기사업인 도시바메디컬시스템즈를 6655억엔에 캐논에 팔았고, 백색가전은 514억엔에 중국 기업에 넘겼다. PC사업은 대폭 축소해 하드웨어가 아닌 솔루션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을 꾀하면서 수년동안 PC등 하드웨어 생산거점인 오메 사업장을 폐쇄하고 해당 토지는 100억엔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같은 원전과 반도체를 두축으로 재건을 노렸던 도시바의 구상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반도체 호황으로 반짝하던 도시바는 기존 원자로보다 수월할 것으로 기대했던 ‘AP1000 원자로’ 해외 사업의 공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회계부정을 계기로 원전과 반도체 두 기둥으로 사업을 재편한 도시바의 원전사업이 무너지면서 마지막 남은 핵심사업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처하게 된 것이다. 즉 선택과 집중이라는 재건 계획이 정반대의 결과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도시바 핵심 주력 사업 메모리 반도체 분사화

이번 분사대상은 낸드플래시메모리와 이를 이용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사업이다. 낸드플래시메모리는 도시바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데이터의 쓰기와 삭제가 가능한 반도체다. 전원을 꺼도 데이터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특징이 있어 스마트폰의 저장매체나 PC용 USB메모리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SSD는 현재 하드디스크드라이브보다 읽는 속도가 빨라 PC나 서버의 저장장치 수요로도 인기가 높다. 

도시바 메모리사업의 2015년도 매출액은 약 8500억엔으로 약 1100억엔의 부문이익을 올리고있다. 2015년도 도시바 전체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였음을 감안할 때 유일한 수익사업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클라우드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어 SSD에 대한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분사회사에 출자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펀드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도시바가 출자비율을 20%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이부분의 걸림돌이 예상되지만 분사화와 외부자본 도입을 쉽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도시바가 반도체사업을 분사하면 거액의 손실을 안고 있는 원전사업만 남게된다. 미국 원전사업은 사내컴퍼니에서 분리시켜 사장 직할로 두는 방침을 밝혔지만, 원전사업의 대폭적인 축소는 불가피하다. 

도시바의 계획대로 반도체사업을 분사하고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아 채무초과를 면했다하더라도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향후 의 사업포트폴리오다.

도시바는 앞서 언급한대로 재무상황이 악화될때마다 핵심사업을 팔아 넘겨 존속해왔다. 이번 사업매각과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나면 도시바의 핵심사업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된다. 바꿔말하면 기업자체의 존재가치조차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핵심 사업 전무···중견 전자기업으로 전락 가능성

도시바의 2016년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3월) 매출액은 약 5조4000억엔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반도체분사가 성사되고 나면 도시바의 2017년 매출액은 약 4조2000억엔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원전사업마저 분리되고 나면 도시바의 사업포트폴리오는 원자력 이외의 전력부문, 엘리베이터 등 사회인프라 부문 메모리사업 이외의 전자부품, POS 시스템 사업 등 구성된다. 각 부문이 각자 수익을 올리면 회사 전체의 이익은 확보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각 사업간의 시너지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도시바는 향후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외부투자자의 경영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나 투자자입장에서는 핵심사업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은 바람직한 투자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

'도시바 해체'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재무체질 개선을 위해 도시바는 앞으로도 복수의 사업을 축소하거나 매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POS시스템 사업을 운영하는 '도시바테크'다. 도시바테크는 도시바가 약 50%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로 유동성이 높고, 독립법인으로서 존속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다.

도시바테크의 시가총액은 약 1800억엔 정도로 만일 도시바가 주식을 매각한다면 약 900억엔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현재의 급박한 재무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큰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다. 

만약에 도시바테크가 어떠한 형태로든 도시바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80년 역사를 가진 일본의 전자대기업은 도시바는 엘리베이터나 전력시스템을 중심으로한 중견 전자기업으로 전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890년 일본 최초로 백열전구를 생산한 하쿠네쓰사(白熱舎)와 1939년 도쿄(東京) 전기와 합병해 탄생한 도시바, 그래도 태생이던 전력분야는 놓지 않아도 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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