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실내흡연 전면금지" VS. 외식업계 "생존 위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흡연은 비교적 자유롭다. 길거리 곳곳에도 스탠드형 재털이를 발견할 수 있고, 대부분의 편의점 입구 한켠에는 어김없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는 스탠드형 재털이가 비치되어 있다. 술집은 물론이고 음식점 등의 밀폐된 공간에도 흡연석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손님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같은 환경 덕분일까 흡연자들도 길거리 흡연을 자제하거나 함부로 꽁초를 버리지 않는 등 흡연자와 피흡연자와의 공존(?)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흡연자천국 일본도 이제 머지않아 기억 속에 남게될 전망이다. 일본정부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국가차원에서 흡연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오자키 야스히사(塩崎恭久) 일본 후생노동성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간접흡연방지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음식점 등 건물에서의 실내흡연을 전면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오자키 장관은 “2008년 이후 모든 올림픽·장애인올림픽 개최국에서는 벌칙을 부과하는 간접흡연금지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일본도 간접흡연이 없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흡연실을 제외한 음식점·공항·역·대학교·관공서에서의 실내 흡연이 전면 금지된다. 또 의료기관이나 초·중·고교에서는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흡연실도 설치할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금연 정책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이 같은 친(親)흡연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 없는 올림픽'을 실현하자고 뜻을 모으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이후부터는 올림픽 개최지에서 학교, 관공서, 음식점 등에서의 실내 금연을 의무화한 바 있다.

간접흡연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피해가 생각보다 크다는 판단도 흡연 규제 강화의 원인이 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간접흡연이 원인으로 작용해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1만5천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일본에서는 음식점의 경우 테이블 일부를 흡연석으로 정하는 방식의 '분연(分煙)'이 보편적이고 흡연석 운영에 대한 판단은 사업자에 달려있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같은 흡연석 운영을 폐지하고, 대상지역도 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뿐만 아니라 전국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흡연규제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외식산업 분야다. 

지난 12일 일본푸드서비스협회와 오사카외식산업협회는 여관이나 호텔 사업자 단체등으로 구성된 전국 생활위생조합중앙회와 함께 긴급집회를 열고 정부의 일률적인 흡연규제 정책에 반대를 표하는 한편, 업계의 자주적인 노력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특히 정부의 일률적인 규제에 난색을 표하고 나선 것은 중소영세 음식점들이다. 흡연실 설치등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음식점 사업자의 80%는 자영업으로 나머지 법인도 절반이상이 자본금 500만엔 미만으로 영세한 수준이다. 

이번 집회에서 가장 큰 회원수를 보유한 전국음식업생활위생동업조합연합회 회장 모리카와 스스무 회장은 "후생노동성의 흡연규제 방안에 대응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소규모 음식점의 경우 객석일부를 흡연실로 설치하면 회전속도가 떨어진다는 고민도 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소규모 식당 사장은 "좁은 가게 안에 따로 흡연실을 만들기도 어렵고 가게를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형외식체인점도 정부의 금연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대형외식체인점을 중심으로 흡연실 도입을 서두르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흡연실에 필요한 문이나 공기청정기등을 설치하려면 1개 점포당 수백만엔의 비용이 소용된다며 정부의 흡연규제 방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대표 대형외식체인점인 일본 맥도날드의 경우, 정부의 흡연규제 정책보다 앞선 2014년, 3000점이 넘는 전체 매장을 대상으로 흡연석을 폐지하고 전면금연을 실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일시적인 고객감소는 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흡연석폐지 실시 이전으로 고객수가 만회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면금연이 꼭 매출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흡연석 폐지가 이용자의 흐름에 크게 바꿀 가능성이 높고,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이자까야(선술집)'다. 실제로 2010년 조례개정을 통해 전면금연이나 설비투자가 필요한 흡연실 설치를 의무화한 카나가와현의 선술집등은 약 20%의 매출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결과도 있다.

가뜩이나 일손부족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에 처한 선술집 등 일본 외식산업 업체들에게는 '금연'이라는 또다른 커다란 장애물이 생겨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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