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 비정규직수 26만명···임금격차 해소하면 적자 전락

일본의 한 유통매장에서 고객이 무인계산대를 이용해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일노동 동일임금'.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애초에 잘못 시행되어 굳어져 버린 문제를 되돌리기엔 넘어야 할 장벽 또한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최대 유통기업인 이온의 경우 비정규직은 26만명으로 임금격차 해소에 필요한 비용이 연간 영업이익 규모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일하는방식 개혁실현회의'에서 기업들의 기본급 차이를 인정하는 기준을 직무능력이나 직무 내용, 근속 연수, 배치 전환 여부 등으로 엄격하게 한정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이드 라인 초안을 보고하고 이르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노동계약법, 파트타임 노동법, 노동자 파견법 등 관련 3법 개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현재 일본의 노동계약법 등 관련 3법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해 "불합리한 차이가 있어서는 안된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어떤 차이가 있으면 차등 대우를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일본의 대부분의 기업은 인건비 억제 등을 목적으로 비정규직의 비율을 높여왔다. 일본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15년 비정규직 현황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율은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해 전체 임금근로자 5284만명 가운데 37.5%에 달하는 1980만명이 비정규직이었다. 게다가 비정규직은 승급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근속연수가 늘어날 수록 임금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0%에 불과하다. 

하지만,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소매업계나 요식업계의 경우 이같은 정부의 '동일노동 동일임금'적용은 기업의 존폐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최대 유통기업인 이온그룹의 경영데이터를 살펴보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2분기 이온그룹의 유가증권 보고서는 다음과 같다.

● 매출액 (≒ 판매) : 8조 1767억엔 
● 인건비 (복리 후생비 포함) : 1조 1113억엔 
● 영업 이익 : 1797억엔 
● 정규직 : 13만 5058명 
● 비정규직 : 26만 1356명 (1일 8시간 환산)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파트타임 직원으로 파트타임 직원의 임금 수준을 정규직 직원의 어느 수준까지 근접시키느냐에 따라 이온의 경상이익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파트타임 직원의 시간당 임금은 전국평균 900엔 전후다. 한편 정규직의 대졸 초임은 약 20만엔으로 상여금을 포함하면 연수입 300만엔 정도로 시급으로 환산하면 1500엔 정도다. 정규직의 경우 전근 등으로 10% 정도 급여 상승효과가 있으므로 지역에 한정되는 파트타임의 경우 약 1350엔정도로 보면 타당하다. 그래도 전국평균 시급 900엔보다는 1.5배 높은 수준이다.

이를 월간 평균 근로시간인 160시간을 대입하면, 

(1350엔 -900 엔) × 261356명 × 160 시간 × 12 개월 ≒ 2258억엔

인건비가 2258억엔 늘어난다는 것은 이온그룹의 경상이익규모보다 많은 금액으로 단번에 적자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 이온의 경우가 이정도면 다른 유통기업이나 소매기업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야마구치 준이치씨는 프레지던트 온라인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이같은 일본 정부의 '동일임금 동일노동'에 대해 유통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을 4가지로 들었다.

첫째, 현실적으로 기업이 가장 선택하기 쉬운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구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현재의 임금격차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동일임금 동일노동'이란 동일한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므로 동일노동이 아님을 증명할 경우 동일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역할분담의 재검토나 직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노력을 기울여 정부 정책에 대응하는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번째로는 종업원 수를 줄이는 한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 중에서 최저 수준으로 특히 소매업과 서비스업의 경우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현재 식품매장의 계산대가 10개 중 무인 계산대가 1~2개인 것을 앞으로는 무인계산대의 비중을 늘리고 유인계산대를 1~2개 수준으로 낮추라는 것. 또한 유인계산대를 이용하면 할인 등의 혜택을 주지 않는 등의 방법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이미 주유소 등은 셀프화가 당연시되고 있는 상황이고, 미국 슈퍼마켓의 경우, 광할한 매장에 직원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온과 요카도 매장도 코스트코와 같이 변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

다음으로 가격인상에 뛰어드는 기업이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요즘 더이상 종업원수를 줄일 수도 없고, 자금여력도 부족해 절약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판매가격을 인상해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도 도입할 수 있다. 이온의 경우 평균 3% 인상하면 매출액 8조엔 대비 2400억엔의 이익확보가 가능해지므로 파트타임의 임금상승분을 보충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이온 단독으로 가격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손님을 옆 가게에 뺏겨서야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규직의 임금수준을 낮추는 방법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동일하게 해야한다면 정규직의 임금을 낮추는 수밖에는 없다. 갑자기 정규직의 월급을 깍을 수는 없으므로 그 대상은 상여금이 될 것이다. 위의 세가지 경우를 채택할 수 없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 한가지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는 이들 4가지 선택중 대부분의 기업들이 첫번째 방침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안은 넘어야할 장벽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이드 라인 초안에서는 급여차이가 문제되지 않는 경우로 다음과 같은 사례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가되지 않는 예> 
B사에서는 정기적으로 직무 내용이나 근무지 변경이 있는 무기고용 풀타임 노동자의 종합직인 X가 관리직이 되기위한 경력과정의 일환으로 신입 사원 채용 후 수년간 매장에서 직무내용배치 변경없이 파트타임 노동자인 Y의 어드바이스를 받으며 Y와 동일한 일상적인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B사는 X에 대해 경력과정의 일환으로 종사한 일상적인 업무에 대해 직무경험·능력에 관계없이 Y에 비해 더 많은 기본급을 지급하고 있다.

바로 이온 등의 매장 근무에 대해서 간부 후보생인 젊은 정규직 직원과 파트타임 직원의 임금차이는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앞서 시산한 결과와 같은 극단적인 급여격차 시정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이와 같은 이유와 사례를 핑계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올바른 기업의 태도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기업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정부가 의도한 임금격차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해 소비자도 가격인상 등의 불편함에 기꺼이 동참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절대 안된다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수입이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매업의 경우 3%, 원가율이 낮은 외식산업의 경우 7~8%정도의 가격인상을 소비자가 수용한다면 비정규직의 임금이 1.5배 늘 수 있다면서 실현 가능 여부를 떠나 기업의 노력 뿐만아니라 소비자의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은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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