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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아니면 모, 죽기 아니면 살기, 우익 아니면 좌익, 내편이 아니면 네편 뭐 이런 류의 이분법적 사고가 뿌리깊게 박혀 있는 한국사회... 오늘도 광화문에서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시민들과 강남에서는 박근혜를 지키자는 이들의 집회가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정치권을 들여다보면 나라꼴을 이지경으로 만든 새누리당은 이미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으로 나뉘었지만 여전히 새누리당 안에서는 다시 한번 둘로 나뉘어 삿대질하며 추접한 싸움을 벌인다.

야당은 야당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친문, 반문으로 나뉘어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말 한심하다..

그렇지만 말이다...늘 상대방과 화합하지 못하고 "잘된 것은 내탓", "잘못된 것은 네탓"이라며 서로를 손가락질 하며 둘로 셋으로 나뉘어서 죽기 살기로 물고 뜯고 싸우지만, 절대절명의 시기나 위기가 찾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게 내탓이요"하며 모든 것을 다 내어 던지고 한 덩어리로 뭉쳐 앞길을 헤쳐나가는 한국인의 기질은 참으로 특이한 것 같다.

이런 한국인의 특징을 두고 어떤이들은 다혈질에다 감정적이라고 하며 무시하기도 하고 한국인 스스로도 냄비근성이라면서 자학하기도 하지만 난 그냥 그대로의 한국인이 좋다.

내가 한국인인 것이 속상하지만 자랑스럽다. 이렇듯 화끈한 국민성을 가진 국민이 세계 어디에 있는가. 다이나믹 하다고도 할수 있고 열정적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는가? 

아날로그 라디오를 사용할 때는 주파수가 완벽히 맞지 않아 잡음이 섞이긴 해도 소리는 들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라디오는 정해진 주파수에 튜너를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일체의 소리가 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일 터이다.

난 이런 기질을 디지털 국민성이라 풀어본다. 디지털이란 1 또는 0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방식이니 말이다. 디지털은 그야말로 '도 아니면 모'인것이다.

도 아니면 모다. 게도 없고 걸도 윷도 없다. 승자와 패자가 따로없이 서로 간의 사정을 조금씩 받아들여 중간 타협점을 찾아 가는 아날로그와는 다른 것이다.

그런 기질들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디지털 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 올린게 아닌가 싶다.

혁신 즉 이노베이션이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결과를 혹은 과정을 바탕으로 개선이나 진화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부정해야만 이룰 수 있는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패라다임 시프트'라고 표현한다.

한편 일본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일본은 아날로그 국민성을 가진 민족이다. 먼저 일본인은 흑백을 정확히 가리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검은 색으로부터 흰색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색상이 존재하고 또 그러한 다양성을 부정하지 않는 민족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인은 늘 의견이 명확하질 않다. 붉은 색을 붉은색이라고 하지않고 '붉은 것 같다'라고 하고 파란색도 파랗다고 하지않고 '파란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어디까지나 붉고 푸른 것은 내 판단이 아니고 네 판단이라는 의미이겠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불투명한 습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적군인지 아군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을 '사쿠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Yes'도 'No'도 명확하게 이야기 하질 않는 일본인에 대한 이야기는 세계적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들 한국인의 성정으로 보면 정말 답답한 민족이다.

그런 연유로 이들은 자동사보다는 타동사를 능동태 보다는 수동태의 묘사를 많이 한다. 언제나 명확하게 자기의 주장을 하기보다는 제3자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자기 이야기를 한다.

2000년초까지의 세계경제는 미국과 유럽이 주도했지만 기술로서는 압도적으로 일본이 우위를 지켜온 것이 사실이고 대한민국의 기술입국도 일본 기술의 카피로부터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일본기술도 미국 등의 기술을 카피해서 시작한 것은 틀림없지만 말이다.

디지털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2000년경부터는 기술대국 일본이 힘을 잃고 비틀거린다, 20년간 경기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지위도 중국에 내어준 채 매년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며 급기야는 국채발행 잔액이 국민총생산의 250%를 육박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국채발행 잔액이 국민총생산의 40%수준이다.

이들은 갑자기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한마디로 일본인들은 아날로그적 민족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세상이 바뀌었지만 일본인들은 정치·경제·사회·문화등 모든 면에 있어서 아직도 아날로그의 연장선 상에서 모든 것을 생각한다. 패라다임 시프트라는 판을 바꾸는 혁명적 사고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패착이라고 할수 있다.

특히 디지털혁명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에서 클라우스 슈밥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는 우버이며 우버는 자기 차를 한대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업체는 에어비앤비지만 이 회사 역시 자체 부동산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세상과 앞으로의 세상은 생각하는 관점에 있어서 정말 파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왔지만 일본은 아직도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디지털혁명의 강력한 도구인 IT리터러시 측면에서 살펴보면 일본국민의 스마트폰 보급율은 40%를 조금 넘는 정도로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가 넘쳐난다.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아직까지도 30%대를 넘지 못하고 있고, 신문사 매출의 70%는 종이신문판매에서 나오며, 본인의 주민등록지 이외에서는 주민등록등본조차 뗄수 없다. 일본국민은 그야말로 아날로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날로그의 상징이었던 자동차의 모든 설비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해가고 있다. 엔진에서부터 각종 전장품에 이르기까지 최근 들어서는 전기자동차에 무인자동차까지 디지털의 진화는 참으로 엄청나다.

또한 스포츠용품 전문업체인 나이키를 위협하는 적은 미즈노도 아니고 게임기를 만드는 닌텐도이며, 자동차보험 업계를 위협하는 것은 자동운전을 실행중인 구글이라는 사실과 책을 팔던 아마존이 지금은 책보다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변신을 하고 있듯이, 도·게·걸·윷·모의 과정을 거쳐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세상은 그냥 종횡무진 정신없이 변해가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일본과 한국의 경쟁이 점점 더 볼만한 시기에 왔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공존할 수 없을까? 나는 공존 가능하다고 굳게 믿지만, 많은 이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마치 일본인들이 세계시장에서 한국에게 밀리자 본인들의 혁신부족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게 시장과 기술을 빼았겼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도체를 이용해 만든 앰프와 진공관을 이용한 앰프 소리는 그 깊이가 다르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도 LP판과 CD 소리의 깊이가 다르 듯이 말이다.

아무리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자동차를 만들어도 모양과 형태는 진화시킬수 있지만 달리는 자동차에서 느끼는 주행감과 안정감, 승차감등 명차가 가진 무엇이라 꼬집어 표현할 수 없는 아늑함등은 디지털로 흉내낼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아날로그의 따스함과 디지털의 치밀함으로 혁신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그런 연유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대체재가 아니고 보완재다. 서로간의 장점을 살려 상호 공존함으로 부가가치를 최대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즈음 그 디지털의 나라와 아날로그의 나라가 요란하게 부딪치면서 파열음이 내고 있다. 그 파열음을 바로 곁에서 들어야 하는 괴로움은 너무도 크다.

하루 속히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서로를 품어 따스하고 스마트한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손꼽아 고대해 본다.

 

염종순 (Ph.D)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
총무성 전자정부전문위원
사가현 타쿠시 정보화어드바이저
아오모리시 정보정책조정감
메이지대학 전문대학원 가버넌스과 강사
와세다대학대학원 수료
                     국립사가대학대학원 박사후기과정 수료
                     학술박사(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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