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액 규모 1조 4000억···일본의 31배

임금체불근로자 29만2558명···일본의 7.4배
1인당 체불액 5만867원···일본의 24.6배

1조 4000억. 아직까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 추정치다. 지난해 1~11월 임금체불누적액이 1조 3093억원으로 집계된 만큼 1조 4000억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여 역대 최대였던 2009년1조3438억원 임금체불액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승종 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자료=고용노동부 ⓒ프레스맨

6일 무려 4만 4360명에 달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83억원이라는 거액의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난 이랜드가 다시 한 번 사과문을 발표하며 국민들에게 머리를 쪼아렸다.

하지만, 적발된 이랜드그룹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임금체불은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만연해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까지 집계된 임금 체불 유형 가운데 '일시적 경영 악화'가 전체의 57%로 가장 많았고, 사업장 도산·폐업에 따른 체불이 15.5%로 뒤를 이었다. 일시적 경영 악화로 인한 임금 체불액은 2005년 5200억원에서 2015년 7406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특히 조선소가 밀집한 경남 통영은 수주 가뭄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임금 체불액 증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248.7%를 기록했다. 

사업체 규모별로 보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체불 건수의 26.8%, 5~29인이 40.7%를 기록하는 등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임금 체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임금체불 피해근로자수도 지난해 11월말 기준 29만 4000명으로 집계돼 2015년 29만 29만5677명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임금을 체불을 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임금체불 문제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하위 후진국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임금체불액 규모는 2014년 기준 131억3500억엔, 임금체불 피해근로자수는 3만 9233명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기준 1조3195억원, 29만 2558명이다. 환율을 감안한 일본의 임금체불액은 1440억원으로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보다 10배 수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가 1조3779억달러로 일본(4조1233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임금체불액 규모는 일본의 31배가 넘는 수준이다. 

그래픽=김승종 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자료=고용노동부 ⓒ프레스맨

취업자 수로 환산해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2014년 평균 취업자수는 6357만명으로 취업자 1인당 임금체불액은 2065원인 반면, 한국의 2014년 취업자수는 2594만명으로 취업자 1인당 임금체불액은 5만867원으로 24배가 넘는다.

일본이 20년이 넘는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경기악화가 임금체불 핑계에 불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조원이 넘는 임금체불 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경기가 부진하다고 해서 체불액이 연간 1000억원 이상 급증하는 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21일 고용부 주최로 열린 '임금체불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올해는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경기 불황이 심화해 작년보다 임금체불액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체불임금의 보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체불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제재 사유는 재산은닉이나 도주 등으로 제한하고 있어, 체불을 하더라도 대부분 징역형이 아닌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무는데 그치는게 현실이다. 게다가 체불임금의 일부를 주고 노동자와 합의만 하면 처벌 조차 면하게 된다. 법을 위반해서 얻는 이익이 제재에 따른 불이익보다 크다는 말이다.

반면, 선진국의 임금체불 해결방안은 실로 다양하고 엄하다. 일본 정도만 형사상 고소·고발을 통해 해결할 뿐,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은 법원을 통한 민사소송을 통해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근로자들이 유치권 행사를 통해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기간동안 자신의 근로제공을 일시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미국은 증가하는 체불사건에 집단소송을 많이 활용한다. 

캘리포니아주는 근로기준집행국장이 사용자의 은행계좌 압류 및 사업중단명령을 부과할 수 있고 승계사용자에 대해서도 체불책임을 부과해 위장폐업을 방지한다. 뉴욕주는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6년으로 하고 사용자의 재산목록제공의무를 부과하며 정부의 이행명령을 미이행시 손해배상액의 15%를 증액한다. 

전문가들은  “임금체불 증가는 경기 침체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지만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잘못된 한국 기업문화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며 “임금을 체불한 사용자의 은행 계좌를 압류하고, 사업중단명령을 내리고, 체불임금 이행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액을 증액하는 등 선진국의 강력한 규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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