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 위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 내비쳐

2017년을 맞아 대기업 총수들이 발표한 신년사의 주요 내용은 ‘혁신’과 ‘성장’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일부 대기업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끓어오를 대로 끓어올랐다. 이 때문에 의혹과 관련된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변화를 넘어 혁신을 강조했다.

재계순위 1위인 삼성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진 후에는 신년사를 내지 않았다. 올해도 아직까지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를 지원한 것을 두고 특검 수사를 받고 있어 신년사를 내는 것 또한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 열린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하면서 정기인사도 하지 못할 정도로 내홍에 빠져 있어 신년사를 발표할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최태원 SK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새해 우리는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어떤 청탁이 있던 것이 아니냐는 국민의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 회장은 기존의 틀을 깨는 변화와 혁신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본무 LG 회장도 “우리의 사업 구조와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 사업 구조와 경영 시스템을 제대로 혁신해 LG가 어떤 환경 변화에도 100년을 넘어 영속하고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자”고 임직원들에게 혁신을 당부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변화를 강조했다. 

손경식 CJ 회장도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아 새 생각, 새 정신으로 무장하고 새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오늘의 안정과 동시에 내일의 성장을 위한 혁신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재계에서는 총수들이 변화 또는 혁신을 얘기하는 것은 그동안의 구태를 버려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내부 시스템을 강화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당부도 내재돼 있어 이는 곧 생존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안전한 사업영역은 없다…‘성장’ 노력 당부

올해 신년사의 또 하나의 화두는 바로 ‘성장’이다. 이미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빠진 지 오래되면서 기업들 또한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사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칫 글로벌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할 경우 조금 뒤처지는 것이 아닌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본무 LG 회장은 그동안 사업고도화를 추진해 자동차 부품, 가전, 전지와 생활건강 등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력 사업은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객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시장과 경쟁의 흐름을 철저히 분석해 미래의 기회를 찾아내고 내·외부의 자원을 집중해 그 기회를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도 “각 사의 미래 핵심역량을 키워 새로운 성장기회를 선점할 사업구조 고도화에 전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초융합과 초연결, 초지능의 기술혁명은 이미 미래를 이끌고 있어 소프트파워 혁명의 시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기업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지속적인 이익을 실현하는 사업 체질을 구축하기 위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예상되는 위험요소들을 극복하자”며 임직원들의 실천을 당부했다.

황창규 KT 회장 또한 “KT의 목표가 단순히 1등 통신회사가 아닌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회사, IPTV(인터넷TV) 시장 점유율 1위가 아닌 미디어 소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 회사라면 KT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며 작은 성과가 아닌 글로벌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강력한 성장 동력원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이 생존을 넘어 실질적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선 만큼 과감한 투자와 신기술·신서비스 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업종의 장벽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성장을 위해 기존 자신들의 사업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에 도전을 하고 있다. 기존 사업만을 고수할 경우 성장은커녕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신년사 내용을 모두 믿을 수만은 없지만 대기업들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만큼 과감한 투자를 통한 발전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Tag키워드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