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츠의 이시이 다다시 사장이 신입사원 과로 자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미지는 덴츠의 대표이사 사임에 관한 보도자료. <이미지 출처=덴츠 홈페이지>

지난해 신입사원이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다 자살한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電通)의 대표이사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29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덴츠의 이시이 다다시(石井直)사장은 전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신입사원의 자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다음달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사장으로 취임한 지 5년 만이다. 

이시이 사장은 “장시간 노동의 근본적인 개혁을 끝내지 못해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유족에 대한 사죄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사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시이 사장은 "덴츠의 악명 높은 전통이라고 불리는 과도한 잔업의 원인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 퀄리티에 대한 과도한 지향, 현장주의, 엄격한 상하관계 등 독특한 덴츠만의 풍토가 과도한 잔업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시이 사장은 이어 “갓 입사한 사원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통상적인 사원과 같은 지시를 받았다”며 “전체적으로 이 문제는 '권력을 이용한 괴롭힘'이라고 일컬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입사원에게 가해진 비인간적인 지시를 회사가 막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덴츠는 일본에서 가장 규모가 큰 광고대행사로, 관련회사까지 포함하면 종업원수가 4만7천여 명이나 된다. 대형 광고와 이벤트를 도맡아 하며 일본 대학생들의 입사선호도에서 수위를 다투는 매우 화려한 이미지의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5일 그해 이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쓰리(高橋まつり·여·사망 당시 만 24세)가 도쿄의 사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불법적인 장시간 근로와 악명높은 사내 분위기 등이 알려졌다.

인터넷 광고 부서에서 자동차보험 등의 광고를 담당했던 그는 수습기간이 끝난 지난해 10월부터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렸다. 휴일 근무는 물론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의 잔업시간은 무려 130시간에 달했다. 그러나 잔업시간 70시간 이내라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근무보고서에는 '69.9시간'이라고 적어 제출했다. 

매일 다음 날이 오는게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토로하던 그녀는 결국 그해 크리스마스 날 아침 사원 기숙사 4층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다

다카하시가 처했던 살인적 근무환경은 어머니가 산업재해(이하 산재)신청을 하면서 드러났다. 과로로 인한 덴츠 직원의 사망은 비단 이번 일 뿐만이 아니다. 1991년에도 입사 2년 차 남성 사원(당시(24세)이 과로에 시달리다가 자살했다. 12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회사는 직원의 심신건강에 주의할 의무를 진다"며 자살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 노동 당국은 또 덴츠 본사에서 일하던 30대 남성 사원이 2013년 질병으로 숨진 것에 대해서도 과로사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2010년 8월 중부 지사, 2014년 6월 간사이 지사, 2015년 8월 도쿄 본사에서도 불법 잔업이 적발돼 시정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이시이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신입사원의 과중한 노동을 저지하지 못했던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기업 풍토의 나쁜 면에 대해 손을 쓰지 못했다"며 "다카하시 마쓰리 씨의 명복을 빌며 모두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덴츠는 이날 다카하시 마쓰리 씨에 대해 '파워 하라'가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파워 하라'는 '파워 해러스먼트'(power + harassment)를 줄여 표현한 신조어다. 직장이나 일터에서 상사 등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를 괴롭히는 행위다.

이시이 사장의 사퇴 발표는 이날 도쿄 노동국의 조사 결과 중간 발표 이후 나왔다. 도쿄 노동국은 이날 덴츠 법인과 다카하시 씨의 상사였던 간부 1명을 노동기준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노동국은 내년에도 노무 담당자들이 과중 노동 지시에 관여했는지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노동국 관계자는 입건 대상자가 십수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Tag키워드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