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김승종 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초과근무, 상명하복, 연공서열을 당연시하던 일본 기업문화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줄어드는 생산인구 감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근무방식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일본정부와 구인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경직된 근무관행을 타파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종합상사인 스미토모상사의 정보기술 서비스 자회사인 SCSK는 잔업시간을 줄이는데 성공한 부서에 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잔업퇴출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로 제도 도입후 잔업시간의 과거에 비해 30%가량 줄어드는 등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위생용품업체 유니참은 재택근무와 의무휴식을 대안으로 내놨다. 유니참은 내년 1월부터 모든 정규직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한다. 직원들은 1일단위로 매월 4차례 회사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다. 

퇴근 후 다음 출근까지 최소 10시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간격근무제도 같이 도입한다. 오후 10시까지 근무를 했다면 다음 날 오전 8시 전에는 출근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도 지난 8월 입사 5년차 이상 사무직과 개발직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 등 근무방식 개혁에 동참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일본 3대 은행도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인 이온은 점장도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 제도를 올해 도입했다.

후루카와 전기공업도 내년부터 재택근무 대상을 전직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병간호나 육아 사유로만 한정했지만 이제부터는 누구나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도록해 재택근무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5월부터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회사 밖에서 일할 수 있는 텔레워크(telework)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휴 3일제'를 내세운 곳도 있다. 야후재팬의 미야사카 마나부 대표는 지난달 말 “단순한 작업 등은 인공지능이나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보다 창조적인 일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주4일 근무제를 수년 내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야후 측은 주중에 하루 더 쉬면서 발생하는 단점은 임직원의 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주휴 3일제 근무를 도입하려는 회사가 ‘야후 재팬’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 리테일링이 주휴 3일제를 시도하고 있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주휴 3일 근무제는 일본 내 유니클로에서 근무하는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하루에 8시간씩 5일을 근무해 주 40시간씩 근무하던 제도를 하루에 10시간 4일을 근무하는 제도로 바꾼 것이다. 일하는 시간이 짧아진 것은 아니지만, 육아나 자기 개발 등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근무방식 변화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 감소 때문이다. 일본의 생산가능 인구는 올해 1월 1일 기준 7628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83만명 감소했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89만명 증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발표하는 유효구인배율(구직 희망자 대비 일자리 수 비율)은 1.37로 199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효구인배율 1.37은 구직자가 100명일 때 구인수가 137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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