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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업 100시간 넘은 정도 가지고 유난 떨기는..."
"잔업 100시간 넘은 정도 가지고 유난 떨기는..."
장시간노동 근절,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의 의식개혁 선행되야
  • 한기성 기자
  • 승인 2016.11.09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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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던 24세 신입사원의 자살로 살인기업 오명을 쓴 덴츠(電通)에 대규모 일제조사가 단행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7일 오전 덴츠의 도쿄 시오또메 본사와 3개의 지사에 일제히 노동 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한 강제 조사를 실시했다. 전국에서 90여명의 조사관을 동원한 이례적인 대규모 조사였다. 

후생노동성은 이번 자살사건 이외에도 여전히 1개월에 200시간 가까이 초과근무하던 직원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형사사건으로 입건을 염두에 두고 전모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입사원이었던 다카하시 마츠리(사망 당시 24세)가 살인적인 업무량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덴츠에선 3년전에도 남성직원(당시 30세)이 과로사로 사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1991년 8월에도 입사 2년차인 오오시마 이치로(당시 24세)도 장시간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바 있다. 유족들은 수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2000년 일본 대법원(최고재판소)으로부터 '산재에 의한 과로사'로 인정 받았다.

특히 오오시마 이치로사건은 덴츠의 가혹한 노동 사정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일본에서의 덴츠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광고라는 특수성상 화려한 이미지에 덧칠되어 모든 대학생들의 취업선호도에서 1,2위를 다투는 기업이기도 하다. 평균연봉도 1,272만엔으로 일본내 기업 중 연봉순위 10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같은 기업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악덕 노동착취 기업으로 알려지게 된 사건이 바로 오오시마 이치로사건인 것이다.

오오시마 이치로의 유족들은 회사측에 장시간 노동을 강요 당한 결과 우울증에 걸려 자살에 이르렀다며 약 2억 2260만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도쿄 지방재판소와 도쿄 고등법원은 모두 오오시마의 장시간 노동과 우울증, 그리고 우울증과 자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오오시마의 상사들이 안전배려 의무도 위반했다고 인정했다. 즉, 오오시마의 건강상태 악화 등을 고려해 부담 경감조치를 적절히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다만, 1심은 회사측에 약 1억 2600만엔의 손해배상 지불을 명령했고, 고등법원은 잔업을 한 노동자의 과실도 인정된다며 손해액의 70%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유족과 회사측은 이에 불복해 상고 했으나 일본의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과실 상계 판단을 환송파기하고 유족측의 손을 들어줬다. 즉, 잔업을 한 노동자의 과실을 인정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셈이다.

고등법원의 과실상계도 그렇지만, 일본에서 잔업은 노동자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있다. 다카하시 마츠리 자살사건이 알려진 직후 인터넷 상에 "잔업 100시간 넘은 정도 가지고 유난 떨기는...."이라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사회분위기를 뒷받침 조사 결과도 있다. 일본 기업에서 근무시간 외에 일을 한 사람의 40%가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무료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노동조합 종합연구소가 수도권 일대 기업에 근무하는 20~64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인터넷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9월에 시간외근무를 한 관리직을 제외한 524명의 경우 38%인 200명이 수당을 받지 못하고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비스 초과근무'를 한 이유로는 "일한 시간대로 신고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대답이 20%, "상사가 시켜서"가 19%였다.

연구소 측은 "40%가 수당도 받지 못하는 서비스 초과근무를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최악의 경우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근로문제 전문가인 도레이 경영연구소의 아쓰미 나오키 주임연구원은 "시간외근무가 늘면 인건비가 가중되기 때문에 '초과근무시간을 곧이 곧대로 신고하지 말라'는 회사 측의 무언의 압력이 직장에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과도하게 질 높은 노동이 요구되며 사원들도 그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무리를 한다는 것이다.

아쓰미 연구원은 이어 "서비스 초과근무를 당연시 하는 기업풍토가 있더라도 효율적으로 일하고 일이 끝나면 귀가한다는 사원들의 각오가 필요하고 회사 측도 그런 사원을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덴츠는 지난달 오후 10시에 일제히 소등과 퇴실, 그리고 오후 10시부터 새벽 5시 심야업무를 금지하는 지침을 직원들에게 통보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것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임직원들의 노동에 대한 사고방식의 변화마저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덴츠에 대한 강제 조사에 대해 스가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 은 7일 오전 기자 회견에서 "과로에 의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이 결코 없도록 노동자의 입장에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아쓰미 연구원의 지적대로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의 의식 개혁 선행되지 않는 장시간 노동 근절은 공염불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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