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 일본에서 노벨과학상이 나오기 어려워”

일본 근대화 시기의 문부대신으로 일본의 산업발전과 직업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이노우에 고와시는 1894년에 열린 제6회 의회에서 ”포화가 없는 경쟁이기는 하지만, 지구상의 각국이 기술과 제조, 무역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루라도 태만하면 나라의 부강과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노우에와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일본은 세계적인 교육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100여 년 전 조상들이 원했던 대로 일본은 올해에도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과학 분야에서만 총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세계를 주름잡는 공업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1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가지타 다카아키 교수는 “일본 과학계가 예전 같지 않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20년 뒤 일본에서 노벨과학상이 나오기 어려워질지 모른다"고 밝혀 큰 충격을 줬다.

한국을 방문한 가지타 교수는 18일 오후 고등과학원(KIA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과학계 전반으로 연구 체질이 허약해지고 있다”며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실험실에서 연구할 석·박사과정 학생 수가 해마다 더 크게 줄고 있다”고 밝혔다.

가지타 교수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장학금의 기준 마저도 매번 달라, 실험실을 지켜야 될 연구 과정 학생들 대다수가 취업전선으로 나가고 있다”며 “신진연구자가 노벨상으로 이어질 연구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닌지 염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기초 과학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선 지방대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한 데, 정부 지원이 줄면서 대부분의 지방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 같은 게 생긴 것 같다”고 경고했다.

가지타 교수는 “과학자들이 기초과학이 사회·경제에 안겨줄 가치와 영향을 설명하며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논문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상위 1% 논문 인용 비율이 늘지 않고 정체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지타 교수는 “노벨상 수상 이후 정말 많은 고등학생, 대학생들과 만나 얘기를 나눴다”며 “노벨상 수상자 대다수가 어린 시절에 만난 노벨상 수상자로부터 영향을 받아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키웠듯이, 그들에게 제 얘기와 강연이 도움이 돼 일본 과학기술 발전에 보탬이 되는 인재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Tag키워드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