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등 신흥국 공략 협력···기술경쟁 주도권 확보

디자인=김승종 기자 /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도요타의 움직임이 거침없다. 지난 8월 출자비율을 100%로 끌어올려 다이하츠공업을 완전자회사하며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더니, 지난 10월 12일에는 일본 내 4위 자동차 업체인 스즈키와 업무제휴 협의에 착수했다고 전격 발표하고 나섰다.

글로벌 환경규제와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처하기 위해 공동연구에 나서 겠다는 것인데, 도요타의 속내는 인도를 중심으로한 신흥국 시장의 경쟁상대인 스즈키를 끌어않으면서 일본 기업들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사전에 차단함과 동시에 자국기업들과 손 잡고 첨단기술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현대·기아차 등 한국 기업들의 발빠른 신흥국 공략에 뒤쳐지면서 동남아를 제외한 인도 등 신흥국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판매대수 1위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연 300만대 인도시장에서의 점유율은 5%에 전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 1~8월 인도 판매는 8만 6000대로 전년보다 9.4%나 줄었다. 전체 시장이 192만 7000대로 7.5%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스즈키의 합자법인 스즈키마루티는 예외적으로 46.8%(2016년 1~8월 기준)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도요타는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 수혜에 힘입어 미국시장내에서의 판매 호조로 지난해에도 1015만대를 팔아치우며 독일 폭스바겐을 따돌리고 4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1위 자리를 경쟁업체에 내줄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IHS오토모티브는 북미나 서유럽, 일본 등 선진 자동차 시장은 올해 4300만대에서 2023년 4400만대로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신흥국 자동차 시장은 중국을 제외하고도 올해 1900만대에서 2023년 연간 3000만대 수준으로 6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시장은 도요타에게 글로벌 판매대수 1위를 지키기위한 마지막 개척지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소형차와 신흥국시장에 특화돼 있는 다이하츠를 완전자회사하며 내년 1월 가칭 '신흥국소형차컴퍼니'를 설립하고 인도 시장공략에 나서는 도요타에게 스즈키의 존재는 높은 허들일 수 밖에 없다.

사실, 도요타와 스즈키의 업무제휴 시도는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일본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인도시장에서 유일하게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으며 신흥국에서 꼭 필요한 소형차 개발 및 저비용 생산 노하우를 가진 스즈키는 도요타의 인도 등 신흥국 진출을 위해서는 더 없는 파트너인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업무제휴는 스즈키 측이 도요타에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즈키 회장은 "일본과 인도에서는 잘 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고품질의 저렴한 자동차만 만들고 있어 독립된 회사로서의 발전은 정체된 상태"라며 도요타에 손을 내민 이유를 밝혔다. 

이에 도요타 사장도 "이제는 1개 업체가 개별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같은 뜻을 지닌 파트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협력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를 밝혔다. 

구체적인 제휴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제휴는 다소 신중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도요타가 이미 내년 1월 신설법인 가칭 '신흥국소형차컴퍼니'를 설립하고 인도 시장 진출을 가시화했기 때문에 독점금지법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스즈키와 손을 잡으면서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도요타, 닛산, 혼다의 3개 진영으로 압축됐지만, 파트너사를 포함한 도요타의 일본내 시장 점유율을 60%를 넘기면서 차세대 기술개발 경쟁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됐다. 도요타에게 스즈키와의 업무제휴는 인도공략 시장 뿐만 아니라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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