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 분사 압박···소고·세이부 백화점 3곳 양도

이미지=세븐앤아이홀딩스 홈페이지 화면 캡쳐

일본 최대 소매유통기업인 세븐앤아이홀딩스의 구조조정에 대한 윤곽이 드러났다.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룹 산하의 소고·세이부 백화점 3개 점포를 매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일본소매유통업계의 아버지라고도 불리우던 스즈키 토시후미 전 세븐앤아이홀딩스 회장 퇴임 이후, 그룹 총책을 맡은 이사카 류이치 사장이 그룹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 개혁안을 발표하는 첫 공식적인 자리임과 동시에 지난 8월 3일 1차 구조조정안에 이은 후속타 성격이 강하다.

이사카 사장은 지난 8월 3일 통신판매 자회사인 닛센홀딩스 완전자회사화와 세이부 백화점 2곳의 폐쇄를 결정한바 있다.

세븐앤아이는 이날 한큐백화점과 한신백화점을 거느린 H20리테일링과 자본 업무 제휴를 맺고, 산하의 소고 코베점과 세이신점, 그리고 세이부 타카츠키점 등 관서지역 백화점 3곳을 H20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형태는 양사가 각각 57억엔을 투자해, 세븐앤아이는 H2O 발행 주식의 3%, H2O는 세븐앤아이 주식의 0.1~0.2% 정도를 각각 확보하고, 한신·한큐백화점의 구매포인트를 관서지역 세븐일레븐에서도 사용가능하게 하는 등의 자본업무제휴방식이다. 

세븐앤아이가 이같이 백화점 사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을 펼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일본경제를 둘러싼 외부환경변화다. 일본 소매유통시장은 저출산·고령화로 대변되는 인구구조변화와 버블경제붕괴 이후 20여년에 걸친 장기불황으로 급격한 소비패턴의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 고가의 호화성소비에서 저가의 실속형 소비로, 대량구매에서 소량구매로 그리고 접근성 높은 매장을 선호하는 형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경제 고속성장의 상징이었던 백화점의 매출규모는 2015년 7조98억엔으로 정점이었던 1991년 9조7130억 엔의 약 70%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두번째는 세븐앤아이 투자자인 '서드포인트'의 적극적인 경영개입 움직임이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서드포인트'는 지난해 10월 세븐앤아이에 거액의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드포인트의 투자규모는 정확하진 않지만, 최근 2년간 진행한 일본내 투자 중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것으로 알려져 그 규모를 짐작케한다.

행동주의 투자란 지배구조가 좋지 않거나 경영상의 비효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투자해 일정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한 뒤 사업전략 변화나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유도해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어 수익을 올리는 투자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기업가치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인 경영개입을 통해 이를 실현시킨다는 의미에서 행동주의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실제로 서드포인트는 굵직굵직한 경영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세븐앤아이 산하의 유통업체인 이토요카도의 축소와 재편, 바니재팬과 닛센홀딩스 등의 매각 요구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지난 4월 벌어진 스즈키 토시후미 前회장의 퇴진에도 서드포인트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간 그룹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좌지우지하던 스즈키 前회장은 세븐앤아이의 핵심 계열사인 세븐일레븐 이사카 류이치 사장(現세븐앤아이홀딩스 사장)을 해임안을 이사회에 상정하며 자신의 아들인 스즈키 야스히로로 경영세습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서드포인트는 “이사카 사장의 해임은 정당성이 없으며, 스즈키 회장이 장래 경영권을 차남에게 세습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서드포인트의 주장은 결국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졌고 스즈키 시대는 종말을 고한 것이다.

세븐앤아이는 스즈키 前회장의 주도 2006년 밀레니엄 리테일링(현 소고 세이부)을 인수하면서 백화점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지금까지 백화점 사업에 4000억 엔 이상을 투자해 왔지만 매출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오히려 그룹 경영실적을 깍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에 서드포인트는 소고·세이부를 그룹에서 분리시키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았고 이를 계기로 과감한 구조조정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이번 발표로 세븐앤아이의 구조조정은 첫발을 띤 것에 불과하다. 소고·세이부 백화점사업 이외에도 통신판매 닛센 등 매수효과가 나오지 않는 사업은 여러가지 남아있다. 그리고 주요 계열사인 이토요카도도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서드포인트가 부진사업에 대한 분리 압박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븐앤아이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는 이사카 사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지만, 이번 회기 중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도 있는 대목이다. 

포스트 스즈키 시대를 맞아 세븐앤아이 그룹의 키를 잡은 이사카 사장의 외줄타기는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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