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반' 폐점, 발 빠른 대응…가정간편식 브랜드로 확장
CJ푸드빌 행보 이어 경쟁구도 본격화

지난 2014년 국내에는 '한식'붐이 일었다.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한식을 콘셉트로한 '한식뷔페'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한식뷔페의 서막을 연 건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이었다. 흰 쌀밥을 비롯해 김치, 국거리 등 심플하면서도 다양한 반찬가지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했다.

그 뒤를 이어 이랜드파크의 '자연별곡', 신세계푸드의 '올반'까지 출범되며 이들은 자신들의 복합몰에 위치한 한식뷔페가 지역상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상공인의 지적에도 꿋꿋하게 출점을 이어갔다.

그러나 당시 일각에서는 2~3년 내에 한식뷔페 사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분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도 불가피했다. 이미 대기업의 아웃백, 빕스 등 패밀리레스토랑의 몰락이 한창이었던 시기에 한식이라는 카테고리로 외식업을 부활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의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신세계푸드의 '올반'이 한식뷔페 종료를 암시했기 때문. 신세계푸드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외식업을 통해 외형을 부풀려왔지만 지속적인 적자를 내며 지난해에는 외식업 영업손실 90억원을 떠안기까지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455억8218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6억 6463만원으로 무려 86%나 감소했다. 신세계푸드가 사업의 무게중심을 더이상 외식업에 둘 수 없는 이유를 증명해주는 수치다.

이후 신세계푸드는 올반을 '식품통합브랜드'로 확장시켰다. 이제 막 한식뷔페 타이틀을 벗고 새롭게 출발을 시작한 올반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올반' 가정간편식 브랜드로 탈바꿈…영업 사정상 '폐점' 불가피

신세계푸드는 2014년 10월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타워빌딩에 올반 1호점을 연 이후 센트럴시티점, 김포한강점, 세종점, 죽전점, 영등포점, 서수원점, 구성점, 킨텍스점을 빠르게 추가 출점했다.

당시 신세계푸드는 올반 출점 이후 1년 동안 올반 매장을 늘리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 복합 상권을 중심으로 5~6개 추가 출점을 검토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올반을 국내 최고의 한식 브랜드로의 입지를 확신했던 신세계푸드의 자신감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빠르게 출점을 이어나간 것과 달리 올해는 출점개수가 1개에 그치며 더이상 매장을 확장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더이상 외식업에 강수를 둘 수 없었던 신세계 푸드는 '한식 브랜드' 올반을 '가정간편식(HMR) 식품 브랜드'로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현재 올반에서 선보이고 있는 메뉴를 기반으로 상품화해 하나의 브랜드로 영역을 넓히며 적자폭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타개책을 마련한 것이다.

지난 7월 14일 신세계푸드의 한식 브랜드 올반이 내놓은 복날과 여름철 한정 메뉴 14종 <이미지출처=신세계푸드 제공>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대전 세이백화점 본점 푸드홀 매장에 위치한 올반 10호점이 지난 9월을 끝으로 한식뷔페 최초로 문을 닫게 됐다.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23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올반 세이본점'의 영업 종료를 알렸다.사실 올반의 이같은 선택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그동안 올반이 타 한식뷔페에 비해 성장 속도는 뎌뎠다. 계절밥상(44곳)과 자연별곡(49곳)에 비하면 올반은 매장 수 15곳에 그치는 성과를 보였다.

게다가 올반은 2015년 주요 대기업의 한식뷔페 소비자 만족도 조사 당시, CJ푸드빌과 이랜드파크에 뒤지는 점수를 기록하며 '최하점'을 받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신세계푸드 측은 올반의 폐점을 두고 세이본점의 여러가지 영업 사정상 문을 닫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향후 올반의 폐점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었다.

또한 '한식뷔페 올반'과 확장시킨 식품브랜드로서의 '올반'은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올반 만족도에 기반해 식품제조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세계푸드의 주장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반이 결국 식품제조사업으로 눈을 돌린 건 외식업의 부진을 딛기 위한 수단으로 판단, 향후 수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올반의 새로운 시도가 적자 폭을 좁힐 수 있지만, 차별성을 두지 않으면 성공적인 안착은 힘들거라고 보고 있다. 자칫하면 신세계푸드의 모회사인 이마트의 자체브랜드 가정간편식 '피코크'와 중복된 콘셉트의 상품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푸드가 올반을 식품브랜드로 확장하며 외식업의 부진에 대한 부담이 줄었을 것이다"면서 "그러나 식품제조브랜드로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려면 이마트의 피코크와는 다른 신세계푸드만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올반' 출발 호조?…CJ푸드빌 경쟁구도 본격화

일각에선 신세계푸드의 변신을 두고 CJ푸드빌의 행보를 뒤따르는 것으로 평가했다. CJ그룹이 한식전문점으로 시작한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HMR 제품과 냉동만두 ‘왕교자’를 내놓으면 히트를 쳤다.

이에 맞서 신세계푸드는 국내 냉동만두업계 최초로 육즙을 보존하는 기술특허를 출원한 냉동만두를 선보이며 '비비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로써 CJ푸드빌과의 경쟁구도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세계푸드는 올반 브랜드를 외식(올반)은 물론 가정간편식(올반 키친), 음료(올반 베버리지), 신선편의식품(올반 프레시), 스낵(올반 스낵), 식품 편집숍(올반 카페), 비식품(올반 라이프) 등 7개 카테고리로 확대시켰다.

향후 신세계푸드는 다양한 메뉴를 기반으로 2023년까지 매출액 5조원을 달성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과연 신세계푸드가 새로운 수익기반의 영역으로 올반을 새롭게 탄생시킨 만큼 신세계푸드의 균형있는 성장을 이룩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Tag키워드
#N